김지욱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걸을 때 노래를 부르는 건 힘든 수준으로, 땀이 나고 숨이 찬 정도로 고강도 걷기를 했을 때, 치매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억제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며 "이를 발견한 점이 기존 연구들과 차이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65세 이전에 걷기 시작해야"

또한 걷기를 시작한 시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65세 이전에 걷기를 시작한 경우 아밀로이드 축적 억제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노화로 뇌에 아밀로이드가 쌓이기 전에, 최소 중년부터 고강도·장시간 걷기를 시작해야 뇌의 병적 진행을 막는 것으로 보입니다.


■ 걸으면 뇌혈류 늘고, 신경 영양상태 좋아져... 아밀로이드 배출 촉진

김 교수는 "장시간·고강도 걷기를 할수록 뇌혈류가 크게 증가하고 뇌세포를 돕는 좋은 단백질인 신경영양인자(BDNF) 분비를 촉진하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김 교수는 "걷기를 통해 스트레스 호르몬을 많이 줄일 수 있을 뿐아니라, 수면의 질이 향상되면서 면역·미세 아교세포 활성화 등을 통해 아밀로이드 배출을 촉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걷기 활동, 알츠하이머 치매 병리와 직접 연관"... 세계 최초 규명

이번 뇌 특수영상을 통해 걷기가 치매 관련 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한 건 세계 최초입니다.

이동영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한국 노인 대상 종적(시간의 변화) 자료를 통해 '걷기'라는 활동이 알츠하이머 치매 병리와 직접 연관돼 있다는 점을 최초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지욱 교수는 "이번 결과는 치매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 개입 전략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며 "향후 디바이스 기반의 정량적 장기 추적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장시간·고강도 걷기 힘든 분들…대안은?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두고 "65세가 넘어 이미 늦었다"거나 "체력이 약해 고강도 걷기는 못하겠다"고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합니다.

김지욱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산책같은 저강도 걷기를 했을 때 아밀로이드를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억제하지 못했지만, 전체적인 경향은 줄이는 방향이었다"며 "아예 덜 걷는 사람보다는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일단 걷기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무엇보다 개인의 건강 상태와 신체 능력에 따라 접근법을 달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거의 운동을 하지 않는 분이라면 갑자기 고강도 걷기를 시작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늘려나가는 것이 안전합니다. 처음에는 하루 10~15분 가벼운 산책부터 시작해 체력이 좋아지면 강도와 시간을 조금씩 늘리는 방법을 권장합니다.

특히 심혈관 질환, 당뇨병, 관절염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운동 시작 전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해야 합니다. 개인 맞춤형 운동 처방을 받는 것이 안전하고 효과적입니다.

97만 명인 국내 치매 환자는 2044년 두 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마땅한 치매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걷기의 생활화'가 치매 예방을 위한 '핵심열쇠'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알츠하이머병 예방 분야 국제학술지(The Journal of Prevention of Alzheimer's Disease) 최신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