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나 고스톱을 자주 두라. 그러면 치매를 예방한다.'

맞는 말일까. 이동영 서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그게 속설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치매 환자의 가장 큰 특징은 '최근의 기억을 자주 까먹는다'는 것이다. 1시간 강의를 잘 듣고 나왔다고 치자. 그런 뒤 강의장을 나오면서 '내가 방금 뭘 들은 거지?'라고 하면 치매 전조일 가능성이 크다. 최근의 기억이 잘 안 나기 때문이다.

반면 이런 사람일수록 과거의 기억은 선명하고 또렷하다고 한다. 그래서 고스톱이나 바둑 같은 오랜 취미를 버릇처럼 해온 이들은 치매 전조증상(경도인지장애)에 빠져도 고스톱이나 바둑을 곧잘 둔다고 한다.

그럼 치매 예방법은 뭘까. 치매의 기전은 뇌 신경세포 안에 이상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가 쌓이는 현상에 따른다. 이게 신경섬유 다발을 만들고 콜린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을 깨트려 버려 치매가 일어난다.

치매 초기엔 최근 기억이 떨어지고 의심이 늘어나는 '시간 인지 장애'가 생긴다. 중기로 접어들면 길을 잃는 '장소 인지 장애'가 나타나고 말기엔 대부분의 기억을 잃어버리는, 특히 가족도 못 알아보는 '사람 인지 장애'가 심하게 일어난다.

현재의 치매약인 콜린분해효소 억제제는 치매가 일정 부분 진행된 후에야 말을 듣는다. 4050, 즉 아직 치매를 앓지 않은 이들은 그런 약을 먹는다고 해도 큰 소용이 없다.

예방엔 약 말고 다른 게 필요하다. 이 교수는 '지·피·지·기'라는 말을 내놨다. 꽤 그럴싸하다. 지키자, 피하자, 지속하자, 그리고 어떻게? '기쁘게'라는 얘기다. 일단 뇌혈관을 지키자. 고혈압과 당뇨를 관리하자는 것이다. 과식과 과음을 피하자. 실제 원숭이 실험으로 확인된 얘기다.

운동을 지속하자. 이건 4년간 추적검사를 통해 입증됐다. 그리고 이 세 가지를 '힘들게' 하지 말고 '기쁘게' 하라는 것. 우울증 앓는 횟수가 많을수록 뇌 해마 용적이 줄어든다고 한다. '지피지기'가 정말 중요해 보인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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